[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SK이노베이션이 1분기에 화학사업이 석유사업을 능가하는 최대 실적을 기록해 사업 포트폴리오가 석유 중심에서 에너지·화학으로 진화했음을 증명했다.

SK이노베이션(대표 김준)은 25일 2017년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연결기준 매출액 11조3,871억원, 영업이익 1조4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1조9,289억원(+20%), 1,595억원(+19%) 증가한 것이다.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만으로 이번이 역대 세번째다. 특히 화학·윤활유 등 비석유부문의 영업이익이 50%를 넘겨 1조원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새롭다.  

1분기 사업별 실적

▲ 분기 영업이익 1조원 돌파 현황(괄호 안은 비중).
석유사업은 매출 8조636억원, 영업이익 4,539억원을 기록했다. 정제마진이 약보합세를 보이고 유가 상승 효과가 소멸하면서 직전분기대비 영업이익이 줄긴 했지만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615억원(+16%) 늘었다. 이는 국제유가가 1분기 내내 50달러대 초반에 머무는 저유가 기조 속에서도 이익을 극대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학사업은 주요 공정이 직전분기에 정기보수를 마치고 본격 재가동에 들어간 가운데 에틸렌, 파라자일렌 등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가 강세를 보여 4,5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로써 화학사업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함과 동시에 석유사업의 영업이익을 능가하게 됐다. 화학사업은 1분기에 2016년 연간 영업이익의 40%에 육박하는 실적을 기록하는 등 향후 회사 전체의 성장을 주도하는 성장사업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의 투자를 통해 규모를 확대하고 파라자일렌 등 고마진 제품의 생산설비를 확충한 결과 화학사업의 이익 규모가 업그레이드 됐다”라며 “2분기로 예정된 역내 에틸렌, 파라자일렌 설비의 정기보수 등을 감안할 때 호실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활유사업은 공급 부족으로 인한 윤활기유 스프레드 강세 등으로 직전분기대비 85억원(+10%) 증가한 949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했다. 2분기에는 성수기 도래에 따른 판매량 증대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개발사업은 유가 상승 효과로 직전분기대비 285억원 증가한 5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분기 일 평균 생산량은 5만4,000배럴로 직전분기대비 약 8,000배럴 감소했다.

‘펀더멘털 딥 체인지’ 혁신

▲ 화학·윤활유사업 영업이익 변동 현황.
SK이노베이션은 2015년 2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2016년에는 사상 최대실적인 3조2,2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또 다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김으로써 회사의 경영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음을 증명했다.

이 같은 성과는 최태원 회장과 전 경영진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딥 체인지(Deep Change)’를 통해 체질 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에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을 자회사로 둔 사업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함과 동시에 자율책임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사업구조 및 수익구조 혁신을 주요 방향으로 한 ‘딥 체인지’를 추진해왔다.

사업구조 혁신 측면에서는 화학·윤활유 및 신규 사업(배터리·정보전자소재 등)에 집중 투자하고 글로벌 파트너링을 성사시켜 석유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설비, 중국 중한석화, 울산 아로마틱스, 넥슬렌, 스페인 ILBOC 등에 약 5조원을 투자하고 이들 사업의 성과가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이익규모가 향상됐다.

화학사업의 영업이익이 연간 3,000억원대(2010년 기준)에서 1조원대로 커졌으며 윤활유사업은 그룹Ⅲ 기유시장을 개척해 연간 영업이익 규모를 2,000억원대(2010년 기준)에서 4,000억원대로 키웠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다우케미컬의 고부가 화학사업(EAA)을 인수한다고 밝히는 등 올해에도 화학, 석유개발, 배터리사업을 중심으로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익구조 혁신 측면에서는 독점적인 원유공급원이 없는 점을 역(逆)으로 활용해 ‘경제성 최우선’을 원칙으로 원유 도입처 다변화 및 트레이딩 확대 등을 추진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공정 운영능력을 확보해 원가경쟁력을 극대화했다.

아울러 유가 급락으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2014년 이후 ‘유가 변동성을 활용한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유가 예측시스템을 도입해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석유사업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 초반에서 횡보한 이번 분기에 영업이익 4,539억을 기록해 유가가 상승 흐름을 보였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도 615억원(+16%) 증가하는 등 시장 대비 견조한 실적을 시현했다.

석유기업에서 에너지·화학기업으로 진화

▲ 석유사업과 화학·윤활유사업 영업이익 및 비중 변동 현황.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석유기업에서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탈바꿈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1년 사업회사 분할을 통해 각 사업별 성장 체제를 구축한 이래 화학·윤활유사업에 대한 집중 투자와 전기차배터리·정보전자소재 등 신규 사업 강화를 통해 달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업이익 비중을 보면 석유사업이 2015년 57%, 2016년 50%, 2017년 1분기 45%로 지속 감소하고 있는 반면 화학·윤활유사업은 2015년 46%, 2016년 53%, 2017년 1분기 55%로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는 유럽 등지의 수요 증가로 지난 3월 생산설비를 기존의 두 배 이상인 3.9GWh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2020년까지 1회 충전 주행거리를 500km로 늘릴 계획이다.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과 연성동박적층판(FCCL)을 생산하는 정보전자소재사업은 중국 수요 증가를 비롯한 글로벌 IT 및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1분기 영업이익 117억원을 기록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1분기의 성과는 석유, 화학, 윤활유, 석유개발 등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유가 예측 및 운영최적화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강화하고 화학·윤활유사업의 규모를 키운 결과”라며 “딥체인지 수준의 펀더멘털 개선 및 과감한 투자와 성장 옵션 실행 등을 통해 명실상부한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회사가치 30조를 강력하게 달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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