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정부가 또 다시 경유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지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지어 대선주자 중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030년 개인용 경유차 퇴출이라는 파격적인 입장도 내놓았다.

경유차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다. 미세먼지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데 경유차를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아가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나온다.    

환경부는 지난해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경유가격 인상 카드를 꺼낸 바 있다. 하지만 반대여론과 함께 관련 부처 간 혼선만 빚은 채 경유가격 인상 카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경유세금 대폭 인상되나

환경부는 지난해 수립한 미세먼지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에너지상대가격(휘발유, 경유, LPG) 조정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조세재정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교통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용역을 수행 중이다.

지난달 말 이번 연구용역의 중간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보고 내용에는 경유에 붙는 세금을 인상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16년 2분기 기준 휘발유, 경유가격에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휘발유는 62.5%, 경유는 54.4%이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경유차의 운행을 억제하기 위해 경유 가격 인상을 전제로 이번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경유차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경유 가격을 올린다면 어느 정도까지 올릴 것인 지도 관심사다. 세수 중립을 고려하면 경유 가격 인상에 따른 휘발유와 LPG 가격을 어떻게 조정할 지 주목된다.     

일단 경유 세금 인상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지난달 29일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국회 신성장동력포럼이 개최한 ‘발전부문 미세먼지 저감 및 에너지믹스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3차 정책토론회에서 “미세먼지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경유차의 운행을 억제하기 위해 경유에 대한 과세 강화가 논의되고 있다”라며 “미세먼지 배출 원인은 다양한데 경유차 소유주에게만 부담을 집중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경유는 생계형 자영업자, 화물차가 이용하는 서민 필수 연료이기 때문에 세율 인상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유업계도 정부가 경유 세금 인상을 추진할 경우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 한국석유유통협회 회장은 19일 에너지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도권의 미세먼지를 세금인상으로 잡으려 하는 환경부의 논리는 미세먼지라는 사태를 단순하게 접근하려는 것”이라며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넘어오는 미세먼지와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세금을 더 걷자는 주장은 탁상행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한국주유소협회, 납세자연맹, 화물차 관련 단체 등과 공동으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경유세 인상 반대활동을 펼칠 방침이다.

오히려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 석유업계 및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정훈 석유유통협회 회장은 “서민의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유류세를 인하하고 유가상승에도 서민 고통을 줄일 수 있도록 일본처럼 유류세 탄력세를 자동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도 “우리나라의 휘발유, 경유 조세부담율은 전체 에너지 관련 조세수입의 약 88%를 차지하는 반면 OECD 국가는 70%를 넘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에너지원 간 과세 쏠림이 발생해 형평성이 심각하게 어그러져 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특히 미세먼지 저감 등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에너지원 간 환경비용, 안전비용, 갈등비용 등의 사회적 비용을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에너지세제 및 부담금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라며 “세수 중립이라는 대전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현재 면세인 원전에 대한 과세 신설, 석탄발전에 대한 과세 강화, 가스(열병합)발전에 대한 과세 완화, 전기에 대한 세제(소비세 또는 환경세) 신설, 수송용 연료에 대한 과세 완화, 신규 수송수단에 대한 혼잡세 부과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대한석유협회가 발행한 ‘석유와 에너지’ 웹진(2017년 봄호)에서 “전기자동차 등 수송부문의 전력화로 수송용 전기가 등장하면서 전기 과세 문제가 탄화수소 계열 수송연료인 휘발유, 경유, 부탄 등과의 대체성이나 형평성 차원에서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게 됐다”라며 “특히 전기자동차 보급 확산으로 자연스럽게 기존 탄화수소 계열의 연료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전기수요가 증가하게 될 경우 세수 중립성 차원에서 유류세의 일부를 수송용 전기 과세를 통해 최소한 일부라도 벌충하는 방안이 자연스럽게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5월 중순 경 에너지상대가격 조정방안 연구용역 2차 중간보고 후 6월경 공청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후보, 경유세 인상 ‘신중’…에너지세제 개편 가능성

19대 대선주자들도 경유세 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20일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개최한 ‘차기정부, 미세먼지 대책 공론화 3차 정당 정책담당자 초청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폐지방침이 정해진 환경개선부담금과 2018년 일몰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연계해 결정하는 한편 2030년 개인용 경유차 퇴출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개인용 경유차 퇴출과 관련해 조영탁 한밭대학교 교수는 형평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휘발유(GDI) 승용차도 경유차와 유사한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있는데 경유차만 퇴출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고 2030년까지 퇴출하려면 2020년경부터 신차 판매를 중단해야 하는 데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기차 보급예산과 관련해 문 후보는 전기차 보급확대 예산 현행유지 및 노후경유차의 LPG엔진개조 비중 확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전기차 보급 및 노후경유차 저공해화 예산확대 동시 추진,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전기차가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전기차 보급 예산의 노후경유차 저공해화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경유차의 대안으로 제시된 전기차의 미세먼지 저감효과는 미미(1대당 0.1kg/년)하고 전기차의 충전기가 결국 석탄발전과 결합되면 풍선효과가 유발된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경유 세금 인상과 관련해 경유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평가를 선행하고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 후보는 경유차 생산자체를 줄이는 방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 후보는 지난 13일 한국일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전용 연료에 대한 과세체계 개편, 안 후보는 석탄에 대한 과세 강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환경비용 반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처럼 대선후보들은 경유세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동시에 친환경 에너지세제 개편 가능성을 내비쳐 환경·안전비용, 에너지원 간 과세 형평성 등을 고려한 통합적인 에너지세제 개편이 추진될지 주목된다.

경유차, 미세먼지 주범?

▲ 자동차 PM10 배출량(수도권). * 자료: 정용일, 미세먼지 관리대책-수송분야, 국회예산정책처 전문가 간담회(2016년 7월).

▲ 경유차 배출 미세먼지 추이(2004~2013년).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국회예산정책처와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를 제시한다.

국회예산정책처(2016년 10월)의 ‘미세먼지관리 특별대책의 현황 및 개선과제’에 따르면 PM10을 기준으로 할 때 수도권 건설기계를 포함해 수송용 차량 전체에서 경유 승용차가 차지하는 배출량 기여도는 0.8%에 불과하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04~2013년 경유 소비는 증가했지만 PM10 배출량은 50% 이상 감소했고 PM2.5도 감소 추세이다.

정동수 창원대학교 교수는 본지 기고문에서 “미세먼지 주범이 경유차라는 환경부의 주장에는 문제가 많다”라며 “환경부 자료를 보면 서해 백령도의 초미세먼지 농도 추세가 서울시청역과 비슷하고 서울시보다 경유차 운행 밀도가 낮은 경기도, 인천, 의왕, 춘천, 대전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서울시보다 더 높은 것을 보더라도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 아니라 연중 바람의 70%인 편서풍에 실려 온 중국의 황사와 산업용 먼지의 영향이 더 크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또 “지난 2014년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보다 타이어마모에서 20배나 더 배출된다는 산하기관의 연구결과를 알면서도 오직 경유차에만 집착하고 있다”라며 “노후경유차의 조기폐차를 적극 활성화시키되 효율과 환경성이 우수한 유로 6 신형경유차로 대체하는 것이 가장 가성비가 높은 실속 있는 대책”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단법인 ‘소비자와 함께’가 5개 정당 대선 후보에게 보낸 공개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가 LPG차량 사용규제 완화에 대해 찬성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에너지복지, 세제 형평성, 안전관리 등의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LPG연료사용제한을 완화한다면 에너지세제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라며 “현재 경유에 붙는 세금은 소비자가격의 약 60%인 데 반해 LPG에 붙는 세금은 경유보다 훨씬 적고 LPG는 경유보다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배출돼 LPG에 더 과세를 해서 수송연료 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창의 관동대학교 교수는 “LPG차량에 대해서는 장애인과 같은 약자를 위한 복지 차원에서 세금혜택을 베푼 것으로 LPG연료사용제한 완화로 LPG 사용이 확대되면 경유 사용이 줄어 세수가 감소한다”라며 “LPG에 세금을 더 부과한다면 혜택을 받아왔던 장애인 등에 불이익이 돌아가는 측면도 있어 LPG차량에만 국한시켜 미시적으로 볼 게 아니라 수송연료 전반에 걸쳐 에너지 수급균형, 세제형평성 등 다각적인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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