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국내 보일러시장 성장 둔화’, ‘재고율 증가로 특판 물량 늘린다등 잘못된 분석과 온갖 억측들로 가정용 보일러시장이 혼탁해 질 우려가 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보일러제조사에서는 올해도 예년과 비슷한 상황인데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재고량을 많아 특판 물량을 늘린다는 것도 시기별로 생산량을 조정하기 때문에 재고량도 여느 때와 비슷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대단위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 특판 경쟁을 펼치는 일은 어제와 오늘 일도 아닌데 특별히 부각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A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경동나비엔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국내시장 성장이 둔화로 영업이익률이 낮아질 전망이다라며 미국과 중국 매출은 늘어나겠지만 국내시장 성장 부진과 영업 인력 증가로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경동나비엔의 1월 보일러 재고율이 68%로 직전 6개년 평균인 55%를 웃돌고 내수 출하량도 13만대로 6개월째 감소세로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저마진 특판 물량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동나비엔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기서 제시한 숫자 역시 틀리고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방법이 있는데 굳이 저마진 특판 물량을 늘려 시장가격을 흐리면서 제 살 깎아 먹기까지는 할 필요성은 없다고 반박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월 국내 가정용 가스보일러 생산량(잠정치)143,556대이며 이 중 출하량은 151,830, 재고량 103,530, 내수량 137,537, 수출량 14,283대 등이다. 재고량은 2015, 2016년 동월대비 증가했지만 생산량과 출하량 역시 2015, 2016년 동월대비 증가했다. 결국 애널리스트가 분석한 대로라면 국내 내수량 전부를 경동나비엔이 책임지고 있다는 결론이다. 경동나비엔의 국내 시장점유율 1위라고 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이 절반에 못미친다.

애널리스트가 지적한 영업이익률 하락에 대해서도 보통 4분기는 보일러 성수기라 광고 등 비용이 증가하고 인력 충원 및 임금 인상분이 반영되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다른 분기에 비해 낮아지는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력 충원은 매년 진행되는 일이며 B2C·글로벌 진출 강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라고 덧붙였다.

국내 보일러시장은 성장 시장?
국내 보일러시장은 몇 년 전부터 약 120만대 내외에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즉 성장도 둔화도 아닌 안정적(정체) 시장으로 성장 부진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각 보일러제조사에서도 내수시장의 보일러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으나 시장점유율에 큰 변화는 가져올 정도의 움직임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그러다 보니 생산량을 늘릴 이유도 없고 재고량을 많이 가지고 갈 이유도 적다. 또한 거래처 중 막대한 재고비용까지 부담하며 제품을 받을 거래처 역시 극히 드물다.

국내 보일러시장은 신규시장 30(40)%, 교체시장 70(60)%로 움직인다. 위에서 언급된 특판 물량은 아파트 등 대단위의 공동주택 대상으로 보통 건물이 완공되기 1~2년 전에 계약을 맺고 공급을 한다. 입주를 앞두고 있는 아파트 등은 이미 계약이 완료 된 상태라 향후 지어질 아파트에 대한 물량에 대해 제조사별 치열한 경쟁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건설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에는 무리가 있고 재건축 심의 강화 등으로 특판 물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특판의 비중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이를 소화해 줄 여력이 없다.

교체시장도 신규시장과 마찬가지다. 보일러가 과거에 비해 효율 및 내구성이 눈부시게 강화됐고 따뜻해진 날씨와 보조 난방기구 활용으로 인한 가동시간 감소 등으로 교체시기에 길어지는 경향이다. 제조사에서는 효율 문제로 교체시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는 내가 좀 많이 써서 가스비가 많이 나왔나 보다라는 식으로 효율에 대한 체감이 낮다. 교체주기가 길어진다는 것은 제조사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는 현상(?)이다. 결국 교체시장 수요 역시 늘어나기에는 힘든 상황이다.

▲ 중국의 사드 보복이 현실화가 됐다. 롯데기공은 최근 중국으로의 1만대 수출이 중국 당국의 통관절차로 인해 보류됐다.
■수출 악재중국 사드 보복
국내 보일러제조사에서는 이러한 국내 보일러시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 및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여러 곳에서 개최되는 난방 관련 전시회에 직간접적인 참여 및 해외 법인 설립 등 적극적인 활동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길을 닦아가고 있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 등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며 매년 기록적인 해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수출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바로 중국이다. 세계 보일러시장에서 세계 2위인 중국은 최근 환경적인 문제로 가스보일러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세계 1위 영국(190만대)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2020년까지 최대 600만대까지 이를 전망으로 세계 보일러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롯데기공은 지난해 중국시장에 8만대 가량을 수출했고 올해는 약 2배인 15만대 가량을 수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최근 수출해야 할 1만대 가량이 중국 당국에 까다로운 통관절차로 보류됐다. 롯데기공의 관계자는 예전과 다른 통관절차로 중국 바이어로부터 잠시 보류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라며 상반기 중으로 이번 물량이 다시 수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물량을 국내 및 다른 국가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modify(변경)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비용이 많이 들어 일단 수출이 재개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롯데기공의 올해 중국 수출 목표인 15만대에 차질이 빚어졌다.

롯데기공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보일러제조사 역시 중국시장 변화에 주시하며 이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원하고 있다.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국내 보일러제조사에서는 아직까지는 중국 사드 보복에 영향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문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국내 보일러제조사의 올해 실적에 대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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