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올해 2월까지 국제유가는 OPEC 회원국의 감산활동 주도와 비OPEC 국가들의 감산활동 동참이 주요 결정요인으로 작용돼 왔지만 향후에는 감산기간 연장 여부와 미국발 유가 변동요인(셰일 원유 증산, 연방금리 변동, 재고 수준 등)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분석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일자 ‘산유국 석유감산 목표 이행현황과 유가 전망’이라는 현안 분석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6월 이후 지속된 국제 저유가 기조와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OPEC(2016년 11월 감산 합의) 및 非OPEC(2016년 12월 감산 동참 합의)은 원유감산을 진행하고 있다. 

▲ OPEC 국가의 감산 목표 및 감산 이행률(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3월20일자).
올해 2월 말 현재 OPEC의 총 원유 생산량은 감산합의 당시 설정한 목표 생산량(3,250만b/d)보다 54만1,000b/d 추가 감축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올해 1월 非OPEC 국가의 원유 생산량은 1,788만b/d 수준으로 당초 생산목표량으로 설정한 1,761만8,000b/d보다 16만b/d를 초과했다.

산유국의 감산 합의에 따라 국제유가(WTI, Brent, Dubai)는 지난해 12월 이후 상승반전을 나타냈다. 올해 1월 이후 $50/bbl~$56/bbl 수준에서 안정적 등락을 시현해 왔지만 3월 초부터 미국의 원유 생산량 확대 전망, 미 금리 인상 가능성 증가 등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OPEC 국가들의 감산이행 의지
미국 휴스턴에서 진행된 CERAWeek(3월6~10일)에서 Khali al-Falih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자국이 감산의무를 홀로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Falih 장관은 일부 OPEC 회원국이 기대 이하의 감산 이행률을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감산이행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고 국제석유재고는 예상보다 천천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Falih 장관은 5월 이전 감산기간 연장을 논의할 계획은 없고 감산 참여국들의 이행률과 국제석유재고량을 토대로 감산기간 연장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Alexander Novak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감산이행 실적에 만족하고 있고 감산활동이 원유 국제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또 감산합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임을 표명하며 감산기간 연장여부는 5월에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라크와 앙골라는 감산이행 현황에 대해 일정 정도 만족하지만 유가가 더 상승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Jabbar al-luaibi 이라크 석유부 장관은 자국이 감산합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이며 감산기간을 연장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 미국 석유 증산정책의 영향

▲ 미국 원유생산량 추이(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3월20일자).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생산(2017년 2월 첫째 주 기준)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OPEC의 높은 감산이행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시추기 수와 셰일오일 생산 증가로 세계 원유 감산 효과는 상쇄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의 3월 첫째 주 리그 수는 8개 증가해 617개이다. 이는 2015년 이후 최고치로 North Dakota, Oklahoma를 비롯한 셰일 지역에서의 석유·가스 시추(drilling)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석유·가스 증산을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계획을 발표하고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최우선에너지계획’(1월21일)은 미국 내 에너지자원 개발 증진을 위해 개발·환경규제 완화를 통해 고용과 소득 증대, 에너지독립 추구를 정책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공정률 90% 수준에서 중단(2016년 11월)된 다코다 엑세스 파이프라인과 오바마 전 대통령이 승인거부(2015년 11월)한 키스톤 XL 파이프라인도 재추진토록 지난 1월24일 행정명령을 발효했다.

미국 의회는 미국 상장기업의 해외자원개발 로열티 등 회계정보 보고의무(2016년 12월)와 미국 내 석탄개발 시 수계오염규제 강화(2016년 12월)에 대해 폐지할 것을 지난 2월 의결했다.

석유·가스 생산 시 누출·환기되는 메탄 배출량을 규제하는 내무부 규제도 폐지하는 의회절차도 추진해 지난 2월 하원을 통과했다.

■ 미국 셰일 원유 증산 전망과 반응

▲ EIA의 미국 원유생산량 단기 전망(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3월20일자)
EIA는 OPEC 감산합의 이후 2017년과 2018년 미국 원유생산량 전망을 연속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50달러 중·후반대의 국제유가 수준에서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2016년 870만b/d에서 2017년 920만b/d, 2018년 970만b/d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셰일유정의 생산활동 증가와 유정 생산성 및 효율성 개선, 연방소유 멕시코 해상원유 생산활동 증가 등을 전망근거로 했다.

특히 Permian 셰일오일 분지를 중심으로 시추 및 유정 완결이 예상보다 단기에 증가할 것으로 판단되고 BP 등이 멕시코만 심해시추 프로젝트를 계획보다 빨리 개시(2017년 1월)하고 있는 것도 고려되고 있다.

사우디 Falih 장관은 감산조치가 미국 셰일오일 증가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셰일오일 생산 증가로 인한 감산조치 노력 효과 감소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Falih 장관은 일정정도 셰일오일 생산이 증가하는 것은 ‘수용가능한(acceptable)’ 것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제 수요증가 및 다른 지역에서의 석유 생산 감소를 고려했을 때 ‘필요한(necessary)’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Novak 장관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증가는 국제석유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 중 하나(it’s a fator, but not the only one)라는 원론적 입장을 표명했다.

Platts Analytics’ Bentek Energy는 미국 원유 생산량이 2017년 말까지 55만b/d가 추가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유가가 더 높을 경우 증가폭은 이보다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BP의 수석경제학자 Spencer Dale은 미국의 생산자들이 OPEC과 非OPEC의 감산합의를 주시하고 있지만 향후 생산량 자체는 감산이행률이나 감산이행 기간 연장 여부에 따라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제유가 전망

▲ 해외 주요 기관의 원유가격 전망(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3월20일자)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향후 국제유가는 감산기간 연장 여부와 셰일 원유 증산 등 미국발 유가변동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수급 균형이 회복되면서 상승세를 보이겠지만 사상 최고 수준으로 누적된 석유재고와 달러화 강세로 상승폭은 제한될 전망이라고 에경연은 밝혔다.

해외 주요 전망기관들은 2017년 국제유가를 2016년에 비해 10~15$/bbl 높은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EIA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전월 전망치에 비해 0.08$/bbl 상향 조정한 반면 IHS Energy와 EIU는 각각 0.12$/bbl와 0.50$/bbl 하향 조정했다.

Dubai가격은 2016년 평균 41.41$/bbl에서 2017년 평균 54.61$/bbl(상반기 53.63$/bbl, 하반기 55.60$/bbl)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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