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는 항만예인선연합노동조합과 한국가스해운노동조합원들이 한국가스공사 본사 진입을 막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투데이에너지 조재강 기자] 한국예선업협동조합(이사장 김일동)은 지난 20일 한국가스공사 대구 본사 앞에서 전국 예선업 종사자가 참여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며 양자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인천, 평택, 여수, 울산, 부산 등의 지역에서 예선업 종사자 200여명이 참석해 경찰과 대치한 가운데 ‘한국가스공사의 평택·인천 LNG기지 예선업체를 선정하는 입찰 중단’을 촉구했다.

이번 집회를 주관한 양준용 한국가스해운노동조합 위원장은 삭발식을 진행했으며 김진호 항만예인선 연합노동조합 위원장과 함께 가스공사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특히 항의 서한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예선업 종사자의 가스공사 내 진입을 저지하는 경찰들과 대치하며 고성이 높아져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7,500만원 상당의 예선 사용료를 국적선에 대해 10만원만 받고 외국적선에 대해 1억원을 받아 손해를 상쇄시키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며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적선과 외국적선의 예선 사용료 차별로 인한 무역 분쟁과 보복에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떠밀지 말라”며 “현행 선박입출항법을 위반하는 가스공사의 갑질 행위에 예선업계 시장질서가 파괴된다”고 가스공사를 향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합의점 없이 갈등만 고조

이번 갈등은 2016년 12월 가스공사가 ‘평택/인천 LNG 기지 예선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전국 단위의 입찰을 진행하면서 벌어졌다. 

예선업협동조합은 이사회를 통해 LNG 6개 선사에 대해 전국적으로 예선 배정 중단을 논의하며 강경대응에 나섰음에도 가스공사는 입찰을 강행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앞서 2월10일 가스공사와 예선업계, 국적LNG선운영위원회에 소속된 6개의 선사(△현대LNG해운 △현대상선 △SK해운 △팬오션 △대한해운 △H-Line해운)는 회의를 열고 해결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항만예인선 연합노동조합은 지난 1월25일 인천역무선 부두를 시작으로 가스공사 인천기지본부 앞에서 ‘한국가스공사 갑질 규탄 및 선원 생존권 보장’을 위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스공사가 전국 예선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평택/인천 LNG예선업체 선정’을 강행할 경우 항만예인선 연합노동조합은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김진호 항만예인선 연합노동조합 위원장은 “인천 LNG기지는 환경오염과 안전 등의 우려가 있는 혐오·기피 시설이지만 공익적인 목적의 시설이기에 인천 지역주민들이 재산 및 환경 등에 대한 피해를 감수하고 희생해왔다”라며 “이러한 위험시설을 인천에 두고 인천에서의 작업경험이 전무한 타지역의 업체를 선정한다면 이는 인천 선원과 그의 가족의 생존뿐만 아니라 인천주민들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행위”라고 호소했다.

예선업계가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수출입선박의 입출항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돼 사상 초유의 LNG물류대란이라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해운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예선이란 항만에 입출항하는 선박에 대해 부두시설까지 끌어당기거나 밀어서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업무를 하는 선박으로 현행 선박의 입항 및 출항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등록된 항만에서만 예선업을 할 수 있다.

▲ 삭발중인 양준용 한국가스해운노동조합 위원장.
■예선료 부담 주체에 향방 달려

향후 이번 갈등의 쟁점에서 예선료 부담 주체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예선료를 부담하는 주체는 수출입거래조건이 DES(delivered ex ship, 착선인도/외국적선)인지 FOB(free on board, 본선인도/국적선)인지에 따라 다르다.

DES 조건하에는 해외의 LNG 수출업자가 예선료를 부담하고 FOB 조건하에서는 채무자선사들이 예선업자에게 예선료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 각자가 주장하는 DES, FOB가 달라 계산된 예선료가 엇갈리고 있다. 결국 예선료 부담 주체에 따라 희비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예선업계가 외국적선으로부터 예선료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부담 주체를 놓고 설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예선업계는 20일 집회 이후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집회 이외에도 총파업 등을 통해 가스공사의 입찰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예선업협동조합의 관계자는 “가스공사가 실질적인 채무자임에도 국적LNG선운영위원회를 내세워 제3자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터무니 없는 예선료 강요행위 등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가스공사 역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입찰을 고수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워 예선업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가스공사의 관계자는 “예선업계가 지적한 공사 임직원의 예선사 재취업은 2014년 12월 이후 사례가 없다”라며 “공개입찰 방식으로 참여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음에도 예선업계가 이권을 유지하기 위한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일축했다.

양자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예선업계의 총파업으로 물류대란이 현실화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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