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호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원전 수소폭발을 막기 위한 핵심 안전설비가 격납건물 내 천공(穿孔)이 방치된 채 마구잡이로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 최고등급 안전시설의 ‘최후 방호벽’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국회 박재호 의원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국내 모든 원전에 피동형 수소재결합기(PAR: Passive Autocatalytic Recombiner)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졸속·부실 공사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라며 “앵커볼트를 이용해 수소 제거장치인 PAR을 원자로 격납용기 콘크리트나 구조물에 고정시키는 과정에서 곳곳에 홀(구멍)을 내고도 되메움을 하지 않은 채 덮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날 박 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230억원을 들여 국내 모든 가동원전 24기에 에어컨처럼 생긴 PAR을 총 604개 설치했다.

PAR은 원전사고가 수소폭발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핵심 안전설비다.

백금의 촉매작용을 이용해 격납건물 내부의 수소농도를 저감시키는 장치로 지진이나 쓰나미와 같은 중대사고 발생 시 별도의 전원 공급이나 조작이 없어도 자동으로 수소를 제거한다.

지난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격납용기 내부의 수소가 제거되지 않아 폭발했다.

박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 기간 동안 한수원의 후쿠시마 사고 후속조치에 관해 조사를 하던 중 부산지역 모 언론사로부터 ‘원자로를 보호하는 격납용기 벽면에 PAR을 설치하면서 발생한 수많은 천공이 방치되고 있다'는 제보 내용을 전달받고 사실 확인에 나섰다.

이후 한수원을 통해 월성 3호기에 설치된 31대의 PAR 중 7대를 우선 점검한 결과 3대의 주변부에서 지름 15mm, 깊이 47~59mm 크기의 홀이 발견됐다 2013년 7월 PAR 설치 작업자들이 앵커볼트가 제대로 박히지 않자 되메움 없이 다른 곳에 구멍을 뚫고 철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보다 훨씬 크고 더 많은 홀이 다른 원전 격납건물 내부에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모든 원전을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월성 3호기는 지난달 경주 지진의 여파로 가동이 중단된 탓에 점검이 가능했다. 현실적으로 가동 중인 원전은 계획된 예방점검 주기를 앞당겨 조사할 수밖에 없다. 

박재호 의원은 “원전 격납건물은 외벽이든 내벽이든 100% 완전무결해야 하며 대형사고 발생 시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라며 “지진 등 외부요인에 의해 충격이 가해진다면 작은 홀 주변부에서 균열로 발생해 사고 위험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원전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국가 최고 등급의 안전시설이자 최후의 방호벽인 격납건물에 구멍이 뚫린 사건”이라며 “원인 규명에 따른 책임자 처벌은 물론 전 원전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점검과 작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의원은 20일 오후 2시 당내 전문가와 함께 경주 월성원자력본부를 방문해 격납건물 내 천공 발생 경위 등을 보고 받고 원전 안전성 확보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PAR 설치 당시 작업자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접하고도 묵살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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