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물을 많이 찾는 여름. 이번 여름은 폭염으로 물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기였다. 물이 없으면 우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또 물이 오염되면 자연은 파괴된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물이 부족하면 식량과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인류에게 가장 핵심적인 식량, 에너지, 물은 상호 연관돼 있다는 이른바 ‘FEW(Food/Energy/Water) Nexus’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물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본지는 블루골드 산업으로 떠오른 물산업을 조명하고 물산업 선도기업을 소개한다. 

■ 세계 물산업 급성장

세계은행은 올해 5월 ‘고온 건조: 기후변화, 물 그리고 경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인구 및 소득 수준의 증가, 도시 확장 등으로 물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공급은 한정돼 있어 기후변화 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만성적인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승일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물산업 전문지 ‘물산업(2016년 여름호)’을  통해 “물은 기후변화 시대에 에너지 및 식량 생산과 함께 인류에게 가장 영향을 미칠 3대 요소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라며 “물이 부족하면 식량은 물론 에너지의 생산에 심대한 타격을 주게 된다”고 밝혔다.

이스마엘 세라겔딘 전 세계은행 부총재는 “20세기 전쟁은 석유를 위한 전쟁이었다면 21세기 전쟁은 물을 위한 전쟁”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은 “전 세계 물 관련 일자리는 15억개나 된다”라며 “물이 곧 일자리나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전 세계적으로 물산업이 블루골드 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물 전문 조사기관인 GWI에 따르면 세계 물산업 시장(2013년 기준)은 반도체시장의 2배인 약 6,000억달러로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4.9% 성장해 8,65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향후 20~30년 내 석유산업을 추월해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요 선진국들은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기술 선점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 물산업 시장은 상ㆍ하수 분야가 8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해수담수화, 물 재이용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 국내 물산업의 현주소

환경부 물산업통계 정보시스템(2015년)에 따르면 국내 물산업 사업체 수는 1만1,035개로 전체 매출액은 약 35조4,000억원이다. 이중 제조업이 16조3,000억원, 운영업이 13조8,000억원, 건설 및 시공업이 4조7,700억원, 설계 및 컨설팅업이 6,400억원이다. 제조업체 당 근무자 수는 약 14.7명, 매출액은 평균 44억5,800만원(1인당 3억원)으로 영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상·하수도분야 예산은 2013년 기준으로 연간 14조원이다.     

국내 물산업은 공공부문이 시장의 약 80%를 담당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민간 기업이 실적, 경험과 노하우를 쌓고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 국내 실적이 부족하다보니 해외 진출에도 한계가 많다. 국내 물산업 수출(2014년 기준)은 20억달러(기자재 13억5,000만달러, 건설 6억8,000만달러) 규모로 세계시장의 1%에 불과하다.

매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하는 세계일류상품이나 차세대일류상품에 물기업의 제품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물 전문 스타 기업이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지자체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낮고 상수도 요금 현실화가 힘들어 노후 상·하수도 시설물 개량을 위한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다. 공공사업 발주가 적으니 물 기업들 사이에서는 우수한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도 팔 곳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팔 곳이 있어도 국내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공부문에서 실적이 없고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존 기술 및 제품을 고수하며 신기술·제품 도입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민경석 경북대학교 교수는 “국내 물산업 육성의 최종 목표인 해외진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내수시장이 먼저 활성화 돼야 한다”라며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실증화ㆍ상용화를 통해 글로벌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민간의 사업 참여 기회를 확대해 기업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승일 고려대학교 교수는 “기업을 살리고 물 복지도 실현하기 위해선 노후 상하수도 시설물 개량 사업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 물산업 성장전략 정책 건의

▲ 한국상하수도협회와 대구광역시는 지난 2월2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물산업 활성화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상하수도협회는 지난 3월 ‘2016 워터 코리아’ 개막식에서 산·학·연·관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 ‘물산업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결과를 토대로 한 ‘물산업 성장전략 대정부 정책 건의’를 발표했다.

이번 건의는 내수시장 활성화, 강소 제조기업 육성, 해외진출 지원으로 집약됐다.

먼저 국가 물 안보 확보와 국민 물 복지 향상을 위한 다양한 공공주도 투자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내수시장을 활성화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특히 대국민 상·하수도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상하수도 노후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노후시설에 대한 전면 재구축 사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경석 경북대 교수는 “상하수도 시설의 노후화가 진행돼 재투자와 유지·관리 개선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라며 “노후화 된 상하수도 시스템을 도시 재구축 사업과 연계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물 순환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로 재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물산업 육성정책을 뒷받침 할 근거 법령과 전담기관을 설립하고 올해부터 대구에 본격 조성에 들어가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가 강소 물기업 육성, 신기술 개발, 해외진출 원스톱 지원서비스, 현장형 전문인력 양성 등 물산업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건의했다.

윤주환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물산업 선진 강국에는 물산업 세부분야마다 10년, 20년을 경험한 전문가들이 많다”라며 “우리나라는 정부나 공기관의 부서장이 바뀔 때마다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순환 보직 과정에서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하다보니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물산업 지원 전담 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한국상하수도협회는 지난 3월21일 ‘2016 WATER KOREA’ 개막식에서 ‘물산업 성장전략 대정부 정책 건의’를 발표했다.
세 번째로 클러스터 등에서 개발된 우수제품의 성능검증 및 지자체의 우선구매 추진, 하청·재하청 구조 지양, 납품대금 직불제도 도입 등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관련 법령 제·개정 등의 제도개선을 건의했다.

최승일 고려대 교수는 “최저가 입찰제도를 통해 대기업에 일괄 낙찰하는 발주 형태만이 반복되면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어렵다”라며 “공사를 담당하는 기업과 전문기술이나 장비를 납품하는 기업 양측이 동등한 자격으로 공동수급체를 형성해 입찰에 참여토록 하고 대금도 발주처가 기술·장비 납품 업체에 직접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네번째로 상하수도 분야별 기술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조사업, 유지관리 대행업 등의 업무영역별 전문화 방안을 마련하고 전문업체 육성을 위한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민경석 경북대 교수는 “전문영역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등장하고 두각을 나타냄으로써 업계 전문화가 촉진될 수 있고 각 기업은 그 특성에 적합한 업무영역을 선택하고 또 경쟁력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설계·시공, 운영·유지관리, 조사·진단 등 전문 업무영역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강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한국 물펀드 조성, 국내 기자재의 해외 진출을 위한 건설 PQ제도 개선, 토탈 솔루션(Total solution)을 제공할 민·관 공동 종합상사의 육성 및 해외진출의 통합 플랫폼 구축을 건의했다.

윤주환 고려대 교수는 “물산업에 특화된 투자·정책자금의 부재로 효율적인 해외시장 개척이 힘들고 이미 조성된 유사 기금은 행정절차가 까다로운 데다 실효성이 낮다”라며 “EDCF 차관사업, ODA 사업 내 물산업 관련 원조자금을 확대하고 환경부 산하 공단 등의 기존 기금을 일부 종자돈으로 활용한 회수기간이 긴 상하수도 전용의 물펀드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승일 고려대 교수는 “중소기업은 해외경험과 담당 인력이 부족해 해외 수출입 경험과 정보,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 등을 많이 보유한 종합상사 역할의 회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출처: 환경부 물산업 육성전략.

■ 실효성 있는 물산업 육성전략 수립

환경부는 물위기 극복과 글로벌 물시장 선점을 위해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조성과 연계한 ‘물산업 육성전략’을 수립 중이다.

손삼기 환경부 물산업클러스터추진기획단 서기관은 “미래 유망 물산업에 대한 우리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실효성 있는 물산업 육성정책이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래 전부터 물산업 육성정책을 추진해왔다. 지난 2006년 정부 합동으로 ‘물산업 육성 정책’을 발표하고 다음해에는 ‘물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2009년에는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 물산업을 포함했다. 2010년에는 ‘물산업 육성 전략’ 및 ‘물산업 해외진출 전략’을 수립했다.

2012년에는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에서 물기업의 역량 강화 및 연관 산업 활성화, 해외진출 기반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물산업 육성 및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이처럼 정부가 물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강했지만 실효성 있는 제도와 정책의 뒷받침이 미흡해 아직까지도 세계일류상품에 물기업의 제품이 하나도 없고 국내 물산업 수출은 세계시장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물산업이 후퇴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금이 실효성 있는 물산업 육성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오는 2018년까지 대구국가산업단지에 조성되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조감도.
환경부도 물산업 육성을 위한 허브로 국가물산업클러스터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이를 기반으로 물기업의 기술경쟁력을 제고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환경부와 대구광역시는 오는 2018년까지 2,335억원을 투입해 대구국가산업단지 65만㎡ 부지에 물산업 육성 및 해외진출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한다. 

환경부가 현재 수립 중인 물산업 육성전략은 물기업 기술개발 전주기 맞춤형 지원기반을 확충하고 내수 신시장 창출과 활성화로 글로벌 물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들로 구체화 될 예정이다. 핵심전략으로는 △블루골드 선순환 시스템(브리지 프로그램) 구축 △신산업·신시장 창출 △물산업 진흥체계 정비(물산업진흥법 제정, 물산업진흥원 설립 등)가 제시됐다.

▲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 개요.
특히 물산업에 특화된 지원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육성전략의 실행력을 확보하고 법률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물산업진흥법 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곽상도 의원은 환경부와 협의해 지난 7월5일 물산업 육성전략의 법적 근거를 포함한 물산업진흥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물산업 육성시책 추진, 부품ㆍ장치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전주기(기술개발~해외진출) 지원기반 조성, 우수기술ㆍ제품 발굴 및 우선 보급, 혁신형 물기업 지정ㆍ지원, 현장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 등을 담고 있다.

물산업클러스터 조성ㆍ운영 근거, 물산업 육성 및 클러스터 운영 전담기관 신설, 입주 물기업 지원, 분산형 실증화시설, 실증화시설에의 원수(하ㆍ폐수) 공급 특례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 물기업 해외진출 지원 및 민ㆍ관 협력체계 운영, 물산업 실태조사 및 정보체계 구축ㆍ운영 등을 담고 있다.

환경부는 국회 환경노동위원위에 법안을 조기 상정해 의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법안은 과거와는 달리 큰 무리 없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환경부와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정부가 발의한 물산업지원법 추진이 중단되는 한편 물산업 육성법안(2011년, 정희수 의원), 물산업 클러스터 특별법(2015년, 이종진 의원), 물산업진흥법(2016년, 홍의락 의원)이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돼 물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번번이 실패한 바 있다.

▲ 대구국가산업단지에 조성되는 물산업클러스터 실증화단지와 연계해 분산형 테스트베드로 활용될 대구환경공단의 신천하수처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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